본 기획전은 whyrano가 단말마 비명처럼 저절로 튀어나오는 몇 개의 영화들을 묶어보았다. 2020년 미장센 영화제 절대 악몽 섹션에서 소개된 김정민 감독의 <긴 밤>과, 마찬가지로 2019년 미장센 희극지왕 섹션에서 소개되었던 김현 감독의 <눈치돌기>이다.

인간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이렇게 묻곤 한다. whyrano!

전혀 다른 장르, 다른 톤의 두 영화 – 둘 다 감독이 남자이고 김 씨라는 것 말고는(성이 같다) 별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 영화들을 왜 함께 묶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보면 알겠지만, 이들 영화는 좁게 보면 코미디 넓게 보면 악몽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마치 이런 거다. 창작하는 인간의 상상력이 좀 징그러워지는 그런 경험. 한 마디로 재미는 있는데 싫다. 아 진짜 싫다. 뭐가 그렇게 구체적으로 싫은지는 말 못한다. 스포니까. 근데 하나 장담할 수 있는 건 재미있다는 거다. 특이하고 새롭다. 무료한 일상이, 똑같은 영화가 지겨운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긴 밤(2020)

14min 44sec

Synopsis_ 두 남자와 두 여자가 있다

 

Director

김정민

 

Filmography

<홍상수 영화를 찍기로 했다>(2016)

<감자>(2018)

<긴 밤>(2020)

– 제19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

 

전작 <감자>를 보았을 때 여러모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야? 이런 종류의…. 그리고 신작 <긴 밤> 역시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다. 그건 김정민 영화의 목표가 어디까지나 새로워지기, 독특해지기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감독은 늘 아주아주 생소한 영화들을 보여준다. 뭘 상상하든 항상 기대 이상인, 정확하게는 일반의 기대와 상상에 포섭되지 않는 그의 작품 세계를 응원한다.

 

Review

By. 로사

 

몸매와 인성이 심각하게 나쁜 두 형제가 있다. 그리고 그들 형제와 너무나도 불운하게 엮인 여자 1.5명이 있다. 이렇게 해 도합 3.5명의 인물이 한 공간에 모이면서 사건은 시작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여성 0.5명의 존재이다. 비록 0.5밖에 없지만 영화를 이끄는 힘은 모두 그로부터 나온다. 그저 무력하던 0.5가 조금씩 변화한다. 그리고 이윽고 그 밤, 0.5는 번데기를 벗는 나비처럼 활짝 피어 스크린 너머로까지 그 존재감을 확장한다. 영화가 끝이 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우리는 좀처럼 0.5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정말정말 놀랍게도 0.5는 관객이 감정을 이입하고 동일시하게 되는 존재이다. 그는 한 마디 대사 없이 무표정(?)으로 일관하지만, 관객은 그 동일한 표정 안에서 101가지 감정을 읽어낸다. 0.5의 생각과 느낌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되는 것이다. 따라서 0.5가 성취한 성장과 승리(??)는 카타르시스를 동반하며, 관객들은 박찬욱 감독의 복수 시리즈에서 느꼈던 기묘한 길티 프레저를 다시금 경험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사실상 잔혹한 단죄의 공포 드라마인 셈이다. 이 영화에서 진짜 무서운 건 살인마나 귀신이 아니다. 복수 그 자체- 역학이 뒤집힌 0.5와 형제가 보내게 될 밤이다. 어떤 끔찍한 일들이 일어날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아주 긴 밤이 되리라는 것 뿐…. 귀신이나 살인마의 존재는 일종의 보이스 피싱이다. 귀신하고 살인마가 나오는 공포 영화라고요? 뻔하겠네요! 아니, 아니다. 절대 그런 영화가 아니다.

 

 

눈치돌기(2019)

19min 24sec

Synopsis_ 인간이 두 명 이상 모이면 반드시 한 명 이상 쓰레기가 있다.

 

 

Director

김현

 

Filmography

<새끼손가락>(2013)

<라이츄의 입시지옥>(2016)

<혐오돌기>(2017)

<눈치돌기>(2019)

– 제18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관객상 수상

 

도스토예프스키에서 영감을 받은 <라이츄의 입시지옥>으로 강렬한 데뷔를 한 젊은 감독. 이어 <혐오돌기>와 <눈치돌기>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3관왕을 얻었으나, 엄카로 긁은 제작비 400만원이라는 빚도 얻었다. 현재 영화가 너무나 하고 싶어 텀블벅에서 모금을 시도, 118%로 성공했다.

 

Review

By. 로이

 

“능력이 없으면 열정이 있어야 하고, 열정이 없으면 겸손해야 하며, 겸손하지도 못하면 눈치라도 있어야 하거든.” 차승원이 말했던바, 사람이라면 가져야 하는 최소 덕목은 눈치이다. 그러나 여기, 진화가 덜 되어 도태될 위기의 인간이 있다. 이 덜떨어진 종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1. 오지랖이 넓고, 2. 재수가 없으며, 3. 눈치가 없다는 사실을 자신만 모른다.

<눈치돌기> 바로 이런 인간이 나오는 영화이다. 그런 인간들을 연애와 조별과제에서 마주치게 한다. 처음 등장하는 두 인물 –현과 성구-은 자신의 위치를 설정한다. 현은 상식을 가진 지성인으로, 남의 집에 멋대로 들어가고 계란 두 알을 마음대로 먹는 성구가 더럽게 눈치없는 선배라 생각한다. 그럼으로써 현은 눈치의 상대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그러나 시소 추는 다른 사람이 나타나면서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바로 동족혐오의 세계로….

여하튼, 결론만 말하자면 여기에는 좆도 모르면서 다 아는 척 구는 인간들만 나온다. 영화를 보며 당신은 한심하다며 혀를 찰지도 모른다. 그러나 글 서두의 3번을 다시 봐라. 눈치없는 인간은 자신이 눈치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부분을. 영화에서 지독하게 잡히는 거울을 눈치 채지 못했는가? 그럼 당신은 영화를 다시 봐라. 이제부터 이 영화는 당신의 이야기다.